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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산으로 들어가 동굴 속의 고독으로 돌아갔다. 그는 마치 씨를 뿌리고 난 사람처럼 싹이 트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그의 영혼은 그가 사랑하는 인간들에 대한 열망과 초조로 가득 찼다. '나에게는 아직도 그들에게 주어야 할 것이 많기 때문이다.' 고독한 은자, 차라투스트라에게도 세월은 흘러갔다. 차라투스트라의 지혜는 자라고 또 자랐다. 그러던 중 꿈에서 놀라 눈을 떴다. 거울은 가진 한 어린아이가 그에게 가까이 왔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거울 속에 있는 그대를 보라."라고 했다. 거울 속에 보이는 것은 차라투스트라가 아니라, 악마의 찌푸린 얼굴과 비웃음이었다! 그 꿈은 경고였다. 지금 그의 '가르침'은 위험한 상태에 빠져 있었다.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산을 내려갔다. "가장 높은 행복이 돌풍처럼 내게 왔지만, 이 행복은 어리석다. 나는 이제 이 어리석음을 말할 것이다."
깨달은 사람에게는 인간 그 자체가 짐승이다. 빨간 볼을 가진 짐승이다. 왜 인간은 얼굴이 빨개졌을까!
너무나 자주 부끄러움을 느끼기 때문이다. 고귀한 자는 얼굴을 붉히지 않도록 스스로를 억제한다. 스스로를 조절할 수 있어야 비로소 고귀하다는 말이다. 남에게 받은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간을 증오한다고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또한 인간을 동정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는 자들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들은 너무나도 부끄러움을 모르기 때문이라고 했다. 설사 불쌍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하더라도, 다른 사람을 불쌍하게 생각함으로써 스스로 우월감을 느끼는 것은 부끄러운 짓이다. 진정 불쌍한 이들을 위한다면 동정해서는 안 된다는 말이다. 진정 불쌍한 이들을 위해서라면 그들이 자신의 한계를 깨닫고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끔 해 주어야만 한다. 만약 굶주린 이가 있다면 그에게 빵을 나눠 줄 것이 아니라, 빵을 구하는 법을 깨닫게 해 주어야 한다. 차라투스트라는 또 죄인과 양심에 쫓기는 사람들도 가까이하지 말 것을 이야기했다. 양심의 가책에 계속 물어뜯기고 있는 자는 언젠가는 사람을 물어뜯게 된다. 만약 친구가 차라투스트라에게 사악한 짓을 한다면 용서해 준다. 하지만 친구가 '스스로'에게 저지른 악행에 관해서는 그가 용서 할 자격이 없다고 했다. 차라투스트라는 진정 위대한 사랑은 용서도, 동정도 모두 뛰어넘는다고 했다. 신에게도 지옥이 있다. 그것은 인간에 대한 그의 사랑이다. 그리고 신은 죽었다. 인간에 대한 동정으로 신은 죽었다.라고도 했다. 차라투스트라는 모든 위대한 사랑은 동정의 단계를 뛰어넘었다고 했다. 그것은 대상을 사랑할 뿐만 아니라 그 사랑하는 대상을 창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을 나의 사랑에 바친다. 그리고 '나 자신처럼 이웃 사람도' 바친다. 모든 창조자는 이렇게 말한다."라고 했다. 모든 창조자는 엄격하고 냉혹하다. 많은 시간을 보낸 수 차라투스트라는 다시 혼돈에 빠졌다.
차라투스트라는 말했다.
어제 가장 고요한 시간에 내가 서 있던 땅이 가라 앉았다. 꿈이 시작된 것이다. (차라투스트라가 지금껏 경험하지 못했던 고요에 둘러싸였을 때, 그의 심장이 놀랐을 때, 소리 없이 말하는 것이 있었다)
"그대는 그것을 알고 있지 않은가, 차라투스트라여! 그러나 그대는 그것을 말하지 않는다."
그렇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다. 그러나 나는 그것을 말하고 싶지 않다.
"말하고 싶지 않다고? 그대의 반항 속에 몸을 숨기지 말라."
아아, 나는 틀림없이 그것을 말하려고 했다. 그러나 어떻게 내가 말할 수 있겠는가! 나의 힘이 미치지 못하는 일이다.
"그대 한 몸이 문제가 아니다. 말을 하도록 하라. 그리고 부서져라."
나는 좀 더 권위 있는 자를 기다리고 있다. 나는 그자 앞에서 부서질 가치조차 없는 몸이다.
"그대는 내가 보기에는 아직 충분히 겸손하지 않다. 겸손은 더 단단한 껍질을 가지고 있다."
나는 높은 산의 기슭에서 살고 있다. 그 정상이 얼마나 높은지 나는 모른다. 아무도 알려 준 사람이 없으니까. 하지만 나는 나의 골짜기가 얼마나 낮은지는 잘 알고 있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산을 움직이려 하는 자는 골짜기와 낮은 곳도 움직일 수 있다."
아직 나는 산을 움직여 본 적이 없다. 그리고 나의 말이 아직 인간들에게 영향을 끼친 적도 없다. 사실 나는 인간들에게 가까이 다가갔었다. 그러나 나는 아직 인간들에게 도달하지 못했다.
"이슬은 밤이 가장 깊은 침묵에 들어갔을 때, 풀 위에 내리지 않는가!"
인간들은 내가 나의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걸어갔을 때, 나를 비웃었다. 사실 내 다리는 그때 떨리고 있었다.
"그대는 바른길을 잊어버렸다. 지금은 떨려서 걷는 것조차도 잊어버리려 하는구나. 그들의 비웃음이 무슨 상관인가? 그대는 복종하는 것을 잊어버린 자 중의 한 사람이다. 이제 그대는 명령을 내려야 한다. 위대한 것을 명령하는 일이다."
나는 명령을 내리고 싶지 않다.
"그대를 용서할 수 없는 점은 그대가 힘을 가지고 있는데도 지배하려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나에게는 명령할 만한 사자의 소리가 없다. 폭풍을 가져오는 것은 가장 고요한 언어이다. 비둘기 다리로 걸어오는 사상이 세계를 좌우하는 것이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는 오지 않을 수 없는 자의 그림자처럼 걷지 않으면 안 된다. 명령하면서 먼저 앞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나는 부끄럽다.
"그대는 이제부터 어린애가 돼라. 그리고 부끄러움을 버려라. 어린아이가 되려고 하는 자는 자신의 청년기가지 뛰어넘지 않으면 안된다."
차라투스트라는 오랫동안 생각에 잠겼다. 그리고 괴로움에 한참 동안 몸을 떨었다. 나는 원하지 않는다.
"오오, 차라투스트라여! 그대의 과일은 익었다. 그러나 그대는 아직 익지 못했다. 따라서 그대는 고독 속으로 되돌아가지 않으면 안 된다. 그대는 한층 더 익어서 맛있게 되지 않으면 안 된다."
그 목소리는 사라졌다. 그날 밤 차라투스트라는 벗들을 뒤에 남겨 놓은 채 홀로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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